이전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맛집 포스팅을 하니 입소문이 나서 웨이팅도 길어지고 결국엔 나도 그 가게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를 맞이하게 되면서 더 이상 맛집 포스팅을 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음식 철학이 담긴 인생 맛집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평가도 받고 싶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면서 주관적으로 생각하는(그러나 충분히 객관적인) 나만의 맛집을 간략히 적어보고자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간략하게 적는 것이지 절대 자세하게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앞서 말했듯이 그 맛집들이 너무 유명해지는 것 또한 원치 않기 때문이다.
내가 대구에 살기 때문에 대구 맛집을 기준으로 쓰겠지만,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넘사벽의 맛집은 다른 지역이나 해외도 불문하지 않고 적어보겠다.
1. 돼지국밥 : 대구에서는 무조건 봉덕시장의 '청도돼지국밥'이 단연 1위다. 그 안 쪽에 삼정국밥은 2위.
2. 찜닭 : 대구 남구 대명동의 '또이스치킨찜닭집'이 원탑. 여기가 본점이다. 아니면 찜닭의 본고향 안동으로 가야 한다. 또는 동성로에 '원주통닭'이라고 있다. 여기는 찜닭이랑 양념통닭이 메인이다. 또이스찜닭이랑 다른 느낌의 찜닭이지만 그래도 미친 맛이다. 양념통닭도 질리지 않는 맛.
3. 곱창전골 : 대구 동구 '윤정경 대한곱창본점'. 본점 밖에 없다. 분점은 없다. 생겨서도 안된다.
4. 아나고, 곰장어 : 대구 남구 '영대특미아나고 영대본점'.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본점만 맛있다. 분점들은 확실히 2% 부족하다. 참고로 아나고는 붕장어이다.
5. 닭발 : 대구 중구의 '서울아나고막창 본점'의 숯불에 구워 먹는 무뼈 닭발이 최고다. 삼덕동의 '온달포장'보다 훨씬 낫다. '한신포차' 닭발은 명함 내밀지 말기를.. 단 국물 닭발을 좋아한다면 패스.
6. 곱창 : 대구 남구 대명동의 안지랑 곱창골목 중에서도 '안지곱창'이 최고임. 여기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7. 막창 : 대구 '진해막창'. 끝.
8. 생고기(뭉티기) : 요즘 맛집이 꽤 많다. 성시경이 방문해서 유명한 '참조은 생고기'도 좋고, '왕거미식당'도 좋고 다 좋으나 이런 집들은 이미 유명해져서 웨이팅이 길다는 것이 단점이다. 대구에 구석구석 얼마나 많은 생고기 맛집이 있는지 모른다. 경산 시장 쪽에만 가도 어마어마하다. 퀄리티랑 양, 그리고 맛이 결코 알려진 집들에 비해 뒤지지 않음에도 사람들이 잘 모른다. 계속 모르면서 웨이팅 하길 바란다. 나도 먹고살아야 한다.
9. 소고기 : 경산 '남산식육식당'. 그리고 한우도 맛있지만, 일우도 맛있다. 일우는 후지산에서 방목한 애들이 좋다.
10. 돼지고기 : 한돈이나 흑돼지 먹어라. 한돈도 맛있지만, 일돈도 맛있다. 일돈 역시 후지산에서 방목한 애들이 좋다. 한국은 지리산과 한라산, 일본은 후지산이다. 어떤 집을 가든 여기에서 뛰어논 애들이 맛있다. 양념으로 커버 치려고 하는 집은 가지 말길.
11. 회 : 강원도의 차가운 바다가 흐르는 강릉이나 속초에서 먹는 회가 찐이다. 따뜻한 바다의 생선은 혹시나 기생충 감염 예방을 위해서 구이나 찜으로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구에서도 먹자고 한다면 단연 대구 '형제수산'이 최고다. 여기는 가자미회가 특징이고, 스끼다시가 상다리 휘어지게 나온다. 최소 한 끼는 굶고 가야 한다. 제발 스끼다시 그만 달라고 부탁해야 될 지경.
12. 우동 : 미나리와 쑥갓이 나오는 대구 삼덕교회 친교실 우동이 최고 맛있다.
13. 짬뽕 : 대구 '몽짬뽕' 또는 '진흥반점', '대동반점'도 나쁘지 않음. 다들 비슷한 레벨이다. 참고로 대구는 전국 짬뽕 맛집에서 항상 순위에 들어가는 도시다.
14. 아귀찜, 대구찜 : 무조건 경남 마산 가서 먹는다. 타 지역에서 먹는 찜과는 양념도 다르고 생선의 식감도 다르다. 180도 정도 다르다.
15. 순두부찌개 : 전주 '화심순두부 본점'. 여기도 무조건 본점에 가야 된다. 칼칼한 순두부보다 조금 더 순한 순두부찌개를 좋아한다면 강원도 '초당순두부'를 추천한다.
16. 케이크 : 케이크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투썸플레이스' 케이크가 짱이라고 생각하면 속 편하다. 제일 무난하다. 빵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신선도이다. 얼마나 좋은 재료로 갓 구웠느냐가 핵심이다.
17. 빵 : 그렇기에 빵과 디저트는 절대로 프랑스 못 따라간다. 직접 가서 먹어야 된다. 파리바게트는 프랑스 빵이 아니며 국내에서 크루아상이나 바게트 같은 프랑스 빵과 디저트의 맛은 흉내도 못 낸다.
18. 치즈 : 의외로 사람들이 치즈의 깊은 맛을 잘 모른다. 치즈 좀 먹어봤다고 하면 기껏해야 까망베르 치즈나 모차렐라 치즈를 맛있다고 느낄 테다. 그러나 제대로 된 치즈는 프랑스 마트에서 직접 사 먹는 프로마쥬(Fromage)가 단연 세계 1위다. 아쉽게도 어릴 때부터 그 특유의 발효된 프로마쥬(Fromage)의 향과 맛에 익숙한 것이 아니라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든다. 보통 발꼬랑내 난다고 표현한다. 외국인이 청국장이나 김치를 처음 접할 때 적응 안 되는 것하고 비슷하다. 동남아시아의 고수도 그런 류의 음식이고, 전라도에서 특미로 먹는 삭힌 홍어도 그런 류라고 보면 된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정통 프랑스 치즈는 구할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소비가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슬픈 부분이다.ㅜㅜ
19. 과일 : 과일도 마찬가지다. 열대지방이나 지중해 지방에 가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예를 들어 오렌지나 파인애플 같은 경우 국내에서만 먹다가 지중해나 열대지방에 가서 먹게 되면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같은 과일인지 현타가 올 정도로 맛이 다르다. 제대로 된 과일은 아직 그 맛을 못 봐서 그렇지 생각이상으로 맛있는 음식이다.
20. 쌀국수를 포함한 베트남 음식 : 무조건 베트남 가서 먹어야 됨. 한국에서 베트남 음식을 먹었다가는 높은 확률로 잘못된 입맛을 형성하게 된다.
21. 팟타이, 푸팟퐁커리를 포함한 태국 음식 : 이 또한 태국에 가서 먹어야 한다. 국내에서 먹는 것과는 그 맛이 하늘과 땅 차이다. 완전 다른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현지 스트릿 음식도 한국 프리미엄 태국 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다.
22. 스시 : 그냥 일본 가서 먹어라. 그게 정답이다. 간혹 대형마트에서 파는 쓰레기 같은 스시는 손도 대지 말기를 바란다. 그러나 요즘은 대구에서도 꽤 맛있는 초밥집들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일식집에 갈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테리어부터 음악까지 모두 일본풍의 느낌이 나냐는 것이다. 예전에 일식집에 갔는데 생뚱맞게 케이팝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거기서부터 그냥 이 집은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집이 되어버렸다. 음식은 문화이다. 그리고 그 문화에 흠뻑 젖어있는 셰프만이 현지 초밥의 맛을 낼 수 있다. 참고로 짜장면, 짬뽕은 중국음식이 아니다.
23. 갈비탕 : 대구 골프채 갈비탕으로 유명한 '금이옥'. 골프복장하고 골프공 들고 가길 바란다. 정말로 갈비를 골프채 삼아 잡고 휘둘러야 될 정도로 갈비가 크다.
그 외에 돈가스나 피자, 떡뽂이 등은 그 종류와 맛이 워낙 다양하고 자기만의 맛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더 맛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그런 것들이야말로 취향에 맞게 먹으면 된다. 그러나 내가 위에 나열한 것들은 취향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재료 본래의 고유한 맛을 소중하게 여기는 대체 불가의 음식들이다.
개인적으로 짜장면 맛집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내가 말하는 맛있는 짜장면은 해물 넣고 이것저것 여러 가지 온갖 재료를 넣어서 맛을 낸 짜장면이 아니다. 짜장면 고유의 맛을 내는 짜장면을 말한다. 그렇다고 중국 짜장면을 말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예전에 어릴 때 할아버지가 집 근처 반점에서 시켜준 짜장면이 최고였는데 요즘은 그런 맛을 내는 반점은 찾기가 힘든 것 같아 아쉽다.
결국 어떤 음식이든 그 나라나 그 지역에서 나는 고유의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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