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나는 잘 다니던 직장을 불시에 관두게 되었다.
물리치료 센터 창업이 나의 꿈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일을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어떠한 계기로 갑자기 창업을 하게 되었다.
경기도 안 좋은 시기에 센터 창업 할 마음도 없었다.
현재 직장도 큰 불만 없이 조건도 좋아서 잘 다니고 있었는데 말이다.
40대 초반인데 창업을 한다는 것이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다. 과연 이게 맞는 건가 싶다. 센터 인수 계약금을 포기하고 그냥 취소할까란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뒤로 가기는 싫다. 핑계 대는 것도 너무 싫다. 후퇴보다는 전진해야 한다. 그래서 그냥 꾸역꾸역 밀고 나가기로 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말이다. 하지 말아야 될 이유를 찾으면 결국 안 하게 된다.
결혼은 했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아이는 없다.
그래서 와이프도 흔쾌히 해보라고 한 것 같다.
두 달 뒤면 오픈이다. 그동안 창업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막상 하려니 너무 귀찮고 스트레스다.
사업자 대출부터 사업자 등록, 로고, 명함, 간판, 청소, 기구설치, 인테리어, cctv, 인터넷, 정수기, 공기청정기, 캡스, 손해보험, 블로그, 홍보, 유니폼, 명찰 등등..
나름 계산을 튕겨보고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서둘러 상가 계약금을 입금했었다.
월세랑 관리비가 이 정도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계약금을 내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부대비용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월세 부가세나 종소세, 개인사업자 4대 보험 등이다. 월세에 부가세가 붙는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이런 세세한 부분들은 계약하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직접 돈을 쓰고 부딪혀 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직원까지 쓸 경우에는 생각하기도 싫다. 한편으로 자영업자들이나 사장님들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을지 생각하며 존경심이 들었다.
기존에 다른 사람이 하던 센터를 그대로 인수받는 거라 조금은 수월할 거라 생각한 것도 오산이었다. 어차피 인수받아도 인테리어부터 운동 기구까지 모든 걸 내 스타일대로 바꿔야 한다. 여건상 기존 고객들이 나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고객 유치도 다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은 배로 늘게 생겼다.
창업하기 전 망설이던 나에게 사업을 부추기던 친구들은 막상 가게 계약을 하고 나자 조용해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을..
이왕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쩌면 언젠가 퇴사하고 내 센터를 오픈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는데, 예정보다 조금 더 일찍 창업하는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더 늦은 나이에는, 그때는 정말 창업이 하고 싶어도 못하지 않을까 싶다. 하더라도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힘들지 않을까? 고로 할 거면 지금 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신의 직장이라고 불린 국공립대학병원을 퇴사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일이 편해질 때쯤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 후로 내가 더 잘 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물리치료사로서는 훨씬 더 큰 성장이 있었다고 확신한다. 나는 항상 박수 칠 때 떠나는 것 같다.
그때가 다시 생각나면서 편한 길 놔두고 또다시 힘든 길 선택하고 있는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래에 더 성장할 나의 모습을 위해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전직 킥복서인 앤드류 테이트는 때때로 자신을 의도적으로 극한의 상황에 놓는다고 한다. 그 상황을 견디고 인내하면서 한 단계 성장하기 때문이다.
사업의 성패는 알 수 없다. 물론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결과에 상관없이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 깨달음이 언젠가 나에게 큰 자산이 될 거라 믿는다.
혼자서 외로울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공은 외로움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강박관념이나 마음보다, 최선을 다해서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성공은 어느새 따라오는 그 무엇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일 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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